여러분은 소주를 마실 때 주로 어디서 마시는가? 지갑이 얇은 20대들이 허심탄회하게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때, 싸구려라도 저렴한 안주의 선술집이나 소주집에서 소주 맛은 싸구려라서 오히려 기가 막히다.
일단 여기서 수필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짜장면은 좀 침침한 작은 중국집에서 먹어야 맛이 난다. 그 방은 퍽 좁아야 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깨끗치 못해야 하고, 칸막이에는 콩알만한 구멍이 몇 개 뚫려 있어야 어울린다. 식탁은 널판으로 아무렇게나 만든 앉은뱅이가 좋고, 그 위엔 담뱃불에 탄 자국들이 검게 또렷하게 무수히 산재해 있어야 정이 간다. ”
- 정진권, 짜장면 中 -
아무렇게나 만들어 내놓은 것 같지만 소주와 함께 하는 포장마차식 싸구려 안주, 그것이 잘 차려진 안주상보다 의외로 낭만적이지 않은가?
술은 적당한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적당한 술로는 적당한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 싸구려 안주로 세이브한 돈으로 더 시킨 소주 두어병이 비워지는 만큼, 함께 마시는 이와 나는 더 돈독해진다.
한 접시(손바닥만한)에 2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싼 안주에 대한민국 가장 보통의 술, 소주를 마시는 건 뭔가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그래서 tag !t에서는 낭만있고 운치있는 싸구려 술집, 소주집을 지금부터 소개하려 한다.
싸구려 안주에 먹는 소주는 아무런 약속없이 저녁에 급 만남으로 마실 때 그 맛이 진하다. 친구 놈 하나와 선유도역 2번출구를 나서니 11년전 가격 그대로 안주거리를 파는순두부 2000냥 하우스라는 이름의 소주집이 있다.
사진을 보면 나름 '예약석'도 있다. 실제로 예약이 되는 지는 묻지 않았다.
정진권의 수필, '짜장면'처럼 좀 침침하고 의자도 고급스럽지 않은 포장마차식 막 의자를 갖다 놓았다. 싸구려 술집, 소주에 어울리는 공간 아닌가!
이 곳에서는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이요’ 이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부부 두 분이서 운영하기 때문에 물과 술, 기본 반찬은 무조건 셀프. 게다가 안주가 저렴하니 술도 무조건 2병!
<소주값 얼마나 한다고 병을 속이나. 여기서는 그런 짓 하지말자.>
저녁 식사를 하고 가지 않았으니 요기도 할겸 순두부 찌개와 계란말이를 시킨다. 두 안주 가격 모두 2천원! 2천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안주가 부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안주로 배 채우려고 온 게 아니라 ‘소주’를 마시러 온 거다. 그렇다고 또 부실한 안주도 아니다. 안주 사진은 밑에서 볼 수 있다.
안주가 나오기 전 단무지와 짠지에 간단히 소주 한 잔을 한다. 캬~ 이맛이다. 좋은 안주 없어도 그 쓴 맛을 즐길수 있는 술, 바로 소주다. 홀짝홀짝 두어잔 마시고 나니 아주머니가 순두부 찌개를 가지고 나오더니 날계란을 즉석에서 ‘퐁’ 깨서 넣어 준다. 순두부 찌개는 이름 그대로 정말 순두부와 계란, 그리고 몇 가지 채소류만 가득 들어 있지만, 그 부드러운 시골 찌개 맛은 다시금 소주를 부르게 한다.
얼큰하면서도 부드러운 순두부에 소주 1병을 비워 갈때 쯤 엄청난 양의 계란 말이가 등장한다. 요즈음의 술집은 계란말이에 이상한 짓을 너무 많이 한다. 되도 않는 치즈에 양념에, 이름만 계란말이지 국적불명의 퓨전 음식처럼 보인다.
이 집의 계란말이는 순수한 ‘계란’ 말이다. 거기에 다른 양념은 없다. 오직 케첩뿐. 게다가 롤케이크 처럼 잘 말려 있지도 않고 우왁스럽게 층층이 말려있다. 그래서 소주와 더 잘 어울린다. 칼로 반듯하게 잘려 있을 때보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뚝뚝 떼어 먹을 때 비로소 계란말이는 소주의 안주 노릇을 하게 된다.
안주 가격이 착한 만큼 술은 기본 두 병 이란다. 상관없다, 어차피 부어라 마셔라 할 만큼 안주는 충분히 싸구려에 맛까지 있다. 소주 두 병에 취기가 조금 오르면서 늦게 도착한 친구 두 놈이 등장한다. 역시나 밥 따윈 안 먹고 나왔다니, 이번에 배가 찰 요량으로 비싼 안주를 시켜본다. 그래봤자 비싼 안주 축에 속하는 오돌뼈는 강남 유흥가 술집의 절반 가량인 4천원을 받는다.
주인 아주머니는 오돌뼈를 주문하자 사람이 몇인데 안주 하나나며 ‘한 개만 달라 하지말고 두 개 해라!’ 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스팸구이까지 주문해서 또 소주잔을 기울이며 걸쭉하게 들이킨다. 식성은 어디가서 지지 않는 장정 넷이서 배불리 먹은 소주 4병과 안주를 계산해보니 총 23,000원이 나온다.
가격이 착하기만 해서 이 소주집이 좋은 건 아니다. 싸구려 안주지만 그 맛은 절대 싸구려가 아닌 안주들과 함께 마시는 소주.소주의 진짜 맛을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고급의, 비싼 안주만이 소주에 좋은 안주라는 법은 없다. 싸구려 안주와 싸구려 소주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야말로 대한민국 가장 보통의 술, 소주를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지 않나 싶다.
서울에서 소주에 적당한 안주를 먹으려 하면 보통 만원대에 안주를 시켜야 한다. 싸구려 안주를 먹기 위해 포장마차에 가도, 포장마차 답지 않은 안주가격 때문에 진정 싸구려 소주, 싸구려 안주를 먹을 만한 곳은 없는 것이 현실. 이 곳의 싸구려 정취는 여타 비싸고 고급스런 안주보다 소주 본연의 맛을 되살려 놓는 아주 기막힌 곳이다.
그 뿐인가, 배터지게 안주발을 세워도 상관없다. 오늘 저녁에는 친구들과 선유도에서 급만남을 가져보자. 지갑은 두둑하게 챙겨오지 않아도 좋다. 미리 저녁식사를 하고 오지 않아도 좋다. 소주에 어울리는 2천원 짜리 싸구려 안주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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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친구들이랑 꼭 가봐야겠네요.
2011/03/14 12:31네!! 꼭 가보세요
ㅎㅎㅎ
2011/04/20 14:00오늘 가보려구요. 아 설렌다!
2011/04/20 11:25와! 그렇군요! 술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하시구ㅎㅎ 얼큰하게 적당히 마시고 오시길바랍니다 ^^ ㅎㅎㅎ 좋은 하루되세요! ㅎㅎ
2011/04/20 14:01